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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그래픽
 

BAM, Busan Architects Movement

올해 초, 부산의 건축가들이 모여 재미있는 전시를 준비중이라는 소식을 지인 건축가로부터 들었다. 그때는 막연히 “언젠가 우리도 함께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빨리 그 기회가 찾아왔다. 사무실을 오픈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보여줄 게 많지 않더라도, 함께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전시의 주제는 ‘건축가의 그래픽’. 보통 건축가들이 표현하는 투시도와는 다른 방식으로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건축주 부부가 꿈꾸는 이야기를 한 장의 포스터 안에 모두 담기로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더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이 있었음에도 괜한 망설임으로 시도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오프닝 날, BAM 건축가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드레스 코드는 ‘트로피컬’. 흔치 않은 복장 덕분에 단번에 누가 건축가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온라인으로만 접하던 건축가들을 직접 만나니 설레기도, 떨리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 번째 전시가 이어졌다. 짧은 일정 탓에 이전과 같은 포스터로 참여했지만, 전시장 특성에 맞춰 전시 방식은 새롭게 구성되었다. 이번에는 단순히 참여를 넘어, 전시 기획에도 함께하게 되었고, 많은 건축가들의 노력이 모여 완성된 결과물임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의 전시는 우리에게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어떤 시선을 가진 건축가일까?”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표현하고 어필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들이었다. 그리고 배운 점이 있다면, 새로운 사람이 다가올 때 한 걸음 먼저 다가설 수 있는 우리가 되자는 다짐이었다. 

 

급하게 서두르거나 과하게 욕심내면, 언젠가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조금은 천천히, 그러나 임팩트 있게, 오래도록 지속되는 모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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