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work together
두번째 스텝
2024년 중순 무렵
책상 두 개가 겨우 놓일 만큼 작은 공간이었지만, '아나이페 스튜디오’라는 종이 한 장을 붙였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비록 소박했지만, 처음으로 우리만의 공간을 가졌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1년 남짓. 창문 하나 없는, 소위 ‘먹방’이라 불리는 그 공간에서 지내다 보니 햇살이 점점 그리워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은 무거워지고, 조금씩 지쳐가는 듯했다. 출근 일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우리도 모르게 온갖 핑계를 찾아내곤 했다. 아마 그때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순간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두 번째 발걸음을 내딛기로 했다. 새로운 공간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는 더 이상 스튜디오가 아닌, ‘아나이페 건축사사무소’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공간을 찾는 시간이었다. 그래서일까. 알게 모르게 책임감과 부담이 어깨를 눌렀다. 설렘으로 시작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괜찮다 싶은 공간은 발품보다 빨리 사라졌고, 마음에 드는 자리는 예산을 훌쩍 넘어갔다. 아직은 이른 걸까 하는 의심이 마음을 흔들기 시작했고 우리는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고자 여행을 계획했다. 그 덕분일까, 여행길에서 뜻밖의 장소를 마주했고 지금의 사무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마치 우리를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계약이 이루어졌다. 그 후로는 하나하나 우리의 손길을 더해갔다.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벽에 새 페인트를 칠하고, 가구를 들였다. 서툴고 부족했지만, 직접 꾸려 나가는 과정은 오히려 더 특별했다. 그렇게 이곳은 작고 소박하지만, 그 무엇보다 우리에게 애정 어린 공간으로 자리 잡아갔다.
이제 명장동 사무실은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우리 이야기를 담아내는 또 하나의 공간이 되었다. 언젠가 이곳에서 보낸 시간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함께 웃으며 회상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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